중국계 주 상원의원, 무기 밀매에 뇌물까지
▲샌프랜시스코 차이나타운의 릴랜드 이 의원이 FBI 에 의해서 체포되고 있다. [latimes.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자 주정부 국무장관 물망에도 오르는 '거물' 정치인인 릴랜드 이(Leland Yee·65세) 의원을 국제 무기 밀매, 돈세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FBI는 지난 27일 샌프란시스코 일대 지역 사법기관과 합동으로 범죄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치면서 이 상원의원 사무실을 급습, 전격 체포했다.
이 의원이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은 언론에 공개됐다. 이 상원의원은 5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으로, 법원은 보석 조건으로 국외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여권을 압수했다.
이 의원은 2011년 범죄 첩보를 입수한 FBI의 함정 수사에 걸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거액의 선거 빚을 진 그는 신분을 가장하고 접근한 FBI 요원에게 필리핀에서 분리 독립을 꾀하는 이슬람 반군에게 250만 달러어치의 탄환과 견착식 미사일 등 무기를 사들일 수 있다며, 무기 밀수를 중개해주는 대가로 40만 달러의 현찰이나 선거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FBI 요원은 이 의원의 주선으로 무기 밀매 업자를 샌프란시스코의 식당에서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은 대마초 거래 합법화를 주 정부가 검토하게 해달라며 대마초 관련 사업자로 가장한 FBI 요원에게 10만 달러를 뇌물로 받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가 이 FBI 요원에게 2만1천 달러를 받고 동료 의원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FBI는 5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중국계 국제 범죄 조직 '삼합회' 고위 간부인 레이먼드 초우를 조사하던 중 초우와 이 의원과의 연관성을 알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인 초우는 장물과 밀수품 거래, 그리고 돈세탁 등의 혐의로 수배를 받아온 인물이다. FBI는 초우의 범죄 행각에 이 의원이 깊숙이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같은 날 초우와 함께 리 의원 선거 자금 총책인 선거 보좌관 케이스 잭슨(Keith Jackson)도 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지역 정계는 이 의원이 총기 규제와 선거 자금 투명 공개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라서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3살 때 이민 온 중국계 이 상원의원은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를 졸업한 아동 심리 전문가로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거쳐 2006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06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총기 규제 등에 앞장서왔다. 주 정부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공공기록 공개 법안(CPRA)'을 지켜낸 공로로 지역 언론으로부터 상도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장 대럴 스타인버그(Darrell Steinberg)는 "시민과 상원의원 37명을 대신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누가 되지 말고 떠나라"고 이 의원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이미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론 캘더론(Ron Calderon) 상원의원, 선거 부정으로 걸린 로드 라이트(Rod Wright) 주 상원의원에 이어 릴랜드 이 의원까지 체포됨으로써 캘리포니아주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Copyrightⓒ미주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