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풀어주는 도구는 유머와 감사하는 마음”
“인생이란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
21일 미주평안교회에서 열린 정신건강국 '분노 조절법' 세미나에서 UCLA 정신과 정균희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이 ‘한인종교계 지도자와 함께하는 제7차 정신건강 세미나’를 21일 오전 10시 미주평안교회(담임목사 임승진)에서 개최됐다.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아침부터 교통체증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100여 명 이상의 한인들이 세미나에 참석,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강좌가 한인사회에서 성인교육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분노 조절법’으로, UCLA 정신과의 정균희 교수와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안정영 코디네이터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분노의 조절과 관리에 대해 강의했다.
첫 번째 강사인 정 교수는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진단한 저서 <한국인의 자화상>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날 ‘화와 분노 조절’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문화적인 특성에 비추어 화 또는 분노의 원인과 특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리 한국 사람들, 더구나 한국 여성들은 화를 매우 잘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지는 경우 이를 승복하기보다는 상소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화를 잘 내는 이유에 대해서 정 교수는 첫째로 개인 보다는 우리(we-ness)라는 집단주의, 평등보다는 상하가 중시되는 권위주의, 진리, 정의를 추구하기보다는 덕을 쌓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람들은 아이가 하나라도 ‘우리 아이’, 남편이나 아내도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이 ‘우리’라는 강력한 접촉제 때문에 남편, 아내, 자녀, 이웃, 친구의 일도 다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추신수 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흥분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정(精) 문화가 발달됐다고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정’이라는 개념은 ‘인정’이라는 단어 하나밖에 없으나, 우리는 모정, 부정, 우정, 애정, 온정, 냉정, 열정, 인정, 치정, 그리고 심지어 고운 정, 미운 정까지 매우 다양한 감정의 정이 있다. 그런데 이 정이 깨질 때는 수소폭탄과 같은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화나 분노는 쌓이고,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짝사랑이 심해져 화가 쌓이면 상사병이 되기도 하고, 화를 풀지 못하면 울화병, 홧병이 되기도 한다. 화가 쌓이고 쌓이면 한(恨)이 된다. 쌓이고 쌓인 아버지, 할아버지의 한이 어느 한순간 폭발하기도 한다. 또 몇 해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탄 충격적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화(火)가 나면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국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 사람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남’이라고 하면 화가 난다. 또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모호한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며, 적당히 해결하면 회색분자, 사꾸라라고 생각한다"며, "화를 푸는 방법으로 생활 속의 유머와 감사한 마음"을 제안했다.
한편 안정영 코디네이터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 배우는 것"이라며, "분노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만성적이고 통제가 안 되고 폭발적일 경우 일상적인 관계뿐 아니라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해를 가지고 온다"며, "분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하고 다루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코디네이터는 우선 분노가 생기는 경우 ‘LOVE’를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L은 Listen으로 자기 자신과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 O는 Observe로 관찰을 한다. 즉 화나 분노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관찰한다. V는 Value로 가치여부를 판단한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를 살피는 것으로, 화가 우선시 되면 서로의 관계가 깨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E는 Expression으로 분노나 화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안 코디네이터는 이와 함께 몇 가지 분노조절을 위한 팁을 제공했는데 ▶우선 분노를 탐구해 볼 것을 권했다. 즉 분노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분노는 종종 다른 느낌이나 필요 욕구를 커버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당황, 불안정, 두려움, 죄책감, 상처, 수치감, 취약성 등이 숨어 있는지를 분석해보는 것이다.
또한 분노 외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즉 타협하기 힘들어서 분노가 생긴 것인지, 분노 외에 다른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분노로 표출된 건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도전이 돼서 분노로 표출되는 것인지를 탐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분노의 경고 싸인과 촉발 사건을 구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두통, 빨라진 심장 박동, 얼굴 홍조, 어깨가 뻣뻣해지는 등 신체상에서 나타나는 느낌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심호흡을 하거나,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등 화를 진정시키는 테크닉을 통해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분노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의: (213) 738-3446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안정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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