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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신과 의사 수련을 시작한 것이 1973년이었으니 이 길을 걸은 지 이제 4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제야 나의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눈이 뜨이고 일을 할수록 흥미가 더해간다.

 

이렇게 더딘 나의 성장은 아마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의사라는 특수 분야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반 정신과 수련을 끝마친 후에 나의 동기 레지던트들은 – 도합 6명의 백인 남성들 - 서둘러서 개업의나 교수들로 진로를 찾아 나섰다. 그간 빌려 쓴 의과대학 학자금을 갚아야 할 테니까…

 

그때에 내가 결정한 것이 2년간의 수련을 더 받아서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의사라는 특수 분야의 정신과 전문의가 되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은 소아과 의사와 내과 의사의 구별이 18세를 전후로 한 나이 때문이니 일반 정신과 의사와 소아 전문 정신과 의사의 차이도 단지 연령 때문이라고만 본다. 그래서 소아정신과를 공부하려면 왜 2년을 더 공부해야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어른들처럼 복잡한 스트레스도 없을 테니 아이들을 치료하는 게 훨씬 쉽지 않나요?”

 

만일 어린이를 축소판 어른으로 본다면 맞는 말이다. 중세기 그림에 보면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과 똑같은 얼굴에 키와 몸짓만 축소되어 있듯이….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적 생각 때문에 아동 학대가 생긴다.

 

예를 들어서 네 살짜리 꼬마들이 친구 집 수영파티에 초대되어 갔다고 하자. 이십여 명의 또래들이 수영복만 입고서 물에서 신나게 놀 생각에 어른들의 주의를 듣지 못하고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주인집 어른의 두 번째 주의를 듣고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뛰는 것을 멈추었다.

 

그런데 유난히 우리 집 아들 녀석은 또다시 뛰는 게 아닌가! 엄마가 소리 지르면 주춤했다가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다리가 들먹거린다. 아이들에게는 삶 전부가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하느님처럼 두렵고, 사랑하는 엄마를 화나게 하는 것은 자신도 싫다.

 

이럴 때에 현명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또 다른 길’(alternative way)을 제시해 준다.

 

“우리 앉아서 비눗방울 놀이할까?”라든가 “자, 모두 수영하러 물로 들어가자!”라면 아들 녀석이 고민하던 “뛸까? 말까?”를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아직 이성적 사고가 발달되기 이전의 어떤 아이들은 우울한 햄릿이 “살까? 말까?”를 고민했듯이, “뛰지 말까? 뛸까?” 동사 하나에만 집착되어 있으니까. 

 

피아제라는 유럽 학자에 의하면 아이의 두뇌가 성숙해져서 12살 정도가 되기까지는 원인과 결과를 유추할 수 있는 ‘조직 사고’(operational thinking)가 불가능하단다. 자기중심적인 생각, 즉 “엄마는 왜 나만 미워할까?” 아니면 “나는 나쁜 아이야!” 같은….

 

그러니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이 아이의 자존감은 밑바닥에 떨어지고 중학교 갈 때쯤이면 우울, 불안, 반사회적 행동아로 되기가 쉽다.

 

아이들이 출생할 때에는 고급의 사고와 판단, 계획 등을 주관할 수 있는 전두엽의 기능(executive function)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배고픔과 아픔과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할 수 있는 번연계(limbic system)는 발달되어 있다. 모든 포유동물들처럼 인간 아기도 생존을 해야 되니까!

 

물론 뛰거나 도망하는 데 필요한 호흡, 맥박, 혈압, 체온유지 같은 자율신경계도 이미 발달되어 있다. 그러니까 전두엽의 기능은 다시 말해서 사람이 짐승 같은 감정이나 행동을 저지하여 사람다워지는 데 필요한 기능을 행하는 두뇌이다.

 

포유동물 중에서 냄새와 청각을 관장하는 측두엽이 발달된 개는 사냥이나 경찰견으로 쓸모가 있다. 이런 견공들 중에서도 전두엽 기능을 조금 발전시키기 위해서 훈련학교(dog training school)에 보내면 감정 조절이 조금은 가능해져서 아무나 물지도 않고 배변 조절도 향상된다.

 

그러니까 전두엽의 기능은 짐승처럼 태어난 갓난아기를 길들여서 25세쯤 되면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셈이다. 과거에 18세쯤 되면 충분히 정숙하리라 믿었던 전두엽의 기능은 M.R.I. 발견 이후에 알고 보니 이보다 훨씬 뒤에나 이루어진다니, 인간처럼 오랜 기간 미숙한 포유동물도 없는 듯하다. 이런 미숙한 인간 동물들이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다.

 

어른과 아이들은 이처럼 다른 생물체이다. 그러니 어른을 재는 잣대로 아이들을 잴 수도 없고 재어서도 안 된다. 물론 어른들 중에서도 뇌에 병변이 온 치매 환자나, 교통사고로 뇌조직이 손상된 사람들은 어린애와 같이 행동한다.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되었으니 말이다.

 

어른은 속상하면 말을 한다. 말은 고도의 전두엽 기능이니까. 아이들은 화나면 문제 행동(act out)을 한다. 전두엽이 아직 미숙한 상태이니까. 그래서 어린이를 재는 잣대는 덮어놓고, 어른 식으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린이는 인내와 사랑이라는 눈금이 그려진 특별한 자(ruler)를 써야 한다.

 

그래서 소아 정신과 의사는 2년 이상의 훈련, 나아가 일생을 통해 배워야 할 긴 수련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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