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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정] 어느 아빠들의 소원

가정 조회 수 5653 추천 수 0 2014.01.05 13:53:51

수잔 정.jpg

 

많은 정신 질환은 가족력이 있다. 이는 유전인자를 통해서 물려받은 두뇌의 질환들이다. 특히 조울증, 주의 산만증, 자폐증이 좋은 예이다. 마치 췌장 안에서 화학 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오면 나타나는 당뇨병과 비슷하다. 단지 장기와 화학 물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췌장 대신에 두뇌라는 장기, 인슐린 대신에 도파민, 쎄로토닌, 아드레날린, 등등의 뇌전파물질일 뿐이다.

 

같은 병원에서 29년간 진료를 하다보니 나에게는 부모님, 형제, 자매 등등 가족 환자들이 많다. 그 중 하나로 K와 D라는 백인 쌍둥이 형제를 네 살에 시작하여 현재 19세까지 치료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나는 이 쌍둥이 어머니가 웃음을 잃은 것을 보지 못했다. 두 소년 모두가 중증의 자폐환자들이라 언어의 발달이 늦었고, 지금도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3-4분 늦게 태어난 K는 TV에서 나오는 광고 노래 몇구절만 계속 되풀이 한다. 내가 몇가지 질문을 하면, 그 문장의 끝단어를 되풀이한다. 예를 들어서 “Did you eat lunch?”라하면 “lunch, lunch, lunch. . .”를 반복하는 증상이다. Echo laria라 불리우는 이 중상은 자폐만이 아니라 다른 삼각한 정신 장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오늘 D가 수학 시험에 백점을 받았어요.” 두 소년을 데리고 온 엄마의 명랑한 보고이다. 이들처럼 장애가 큰 학생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특수교육반에 다니는 아들들에게 엄마는 지치지 않는 응원군이다. 그래서 이들을 치료하면서 실의에 빠지기 쉬운 소아과 의사나 나같은 정신과 의사들, 또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준다.

 

자폐증 환자들이지만 언어 사용에 큰 문제가 없고,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케롤과 톰의 부모님은 둘다 과학자들이다. 방과 후에 이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둘을 데리고 오는 어른은 늘 엄마와 할머니이다. 한번도 나를 찾아온 일이 없는 이들의 아빠는 직장에서 동료들과도 별로 어울리는 일이 없단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좋은 아빠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씰리콘 벨리 지역에서 아주 많은 자폐증 학생들이 진단되고 있다는 타임지 기사를 읽었었다. 한 가정에 두 명 또는 세 명의 자녀가 자폐증을 갖고 태어난 셈이다. 저자의 해석이 재미있었다. 콤퓨터와 공학의 귀재들이며, 고도의 지능을 소지하고 주로 혼자서 하는 작업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실리콘 벨리 아닌가! 그런 젊은이들이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이성을 만나 결혼하게 되고 자녀를 갖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유전인자를 받고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이 곳에 살고 있던 네 명의 아빠들이 뜻을 모았단다. “눈을 감기 전에 나의 아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한 번만이라도 경험하고 싶어서. . .”라며.

 

이들은 자폐증 연구소를 신설하기로 했다. 자폐 연구 기관과 치료클리닉을 한 건물 안에 두어서,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실 앞을 지나다니는 심한 증세의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이 아빠들이 매일 겪는 아픈 마음을 연구진이 경험할 수 있어서 연구에 박차를 가할거라는 간절한 소망때문이다.

 

최근 유명세를 가진 할머니 한 분이 대대적 모금 활동을 시작한 것도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야만 항간에 떠도는 ‘자폐증은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온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 등을 잠재울 수 있다. 어느 유명한 코믹 배우의 아내가 자신의 아들이 자폐증에 걸린 이유는 예방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라면서 각종 강연과 방송에서 떠들어 댄 이후이다.

 

몇번의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이것은 근거없는 낭설임이 밝혀졌지만, 많은 부모님들은 자폐 예방 주사 공식을 믿고 싶어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천형의 벌이 심한 병으로 고생하는 자녀의 병이 예방주사때문이라 믿는 동안에는 부모 자신들의 막연한 죄책감도 줄어들게 될테니.

 

아직은 유전적인 원인 연구와 조기 진단에 총력을 기울여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세살부터는 공립학교에서 유치원 준비 학습을 받을 수 있다. 자폐증같은 장애가 있을 때에는 일찍 진단을 받고, 언어나 사회 생활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집안의 창피라고 숨겨두기에는 아이의 장래가 너무 심각하니까. 이제 한국인들도 정신 질환을 부끄럽게 여기는 과거의 악습을 떨쳐버릴 때가 왔다.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서 이민해 왔다면, 그들이 두뇌의 병을 갖고 태어났을 때, 새로운 지식과 이해로 서로를 도와주는 열린 이민 사회를 만들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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