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다툼의 쌀'로 변한 '사랑의 쌀'

조회 수 4465 추천 수 0 2014.03.26 10:40:29

한인 교계가 어수선하다. 교계 단체들이 5년간 주도해왔던 '사랑의 쌀' 논란 때문이다.


올해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주관한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남교협)가 참여 단체들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산공고를 한 것이 문제였다. 함께 공동주최한 오렌지카운티교회협의회, 성시화운동본부 등은 "절차가 잘못됐다"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교계 단체들이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회견은 서로간의 비방으로 얼룩졌다. 연말에 소외된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랑의 쌀'이 '다툼의 쌀'로 변질된 순간이다. 


이번 논란은 한인 교계의 수준과 현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기독교가 본질에서 어긋나면 어떤 폐해를 낳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교계 단체간의 이권 싸움, 잘못된 관행, 목회자로서 역할 상실, 아전인수식 성경해석 등 수많은 문제가 뒤섞였다. 


우선 이권 다툼의 현실은 심각했다. 대외적인 취지와 달리 이면에는 교계 단체간의 뺏고 뺏기는 주도권 싸움이 전개됐다. 이날 남교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랑의 쌀을 왜 성시화운동본부에 빼앗겼느냐"는 이슈가 실제 존재했음을 폭로하며, 이를 다시 찾으려 했던 경위를 구구절절 변명했다.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실이다. 선행이 교계 인사들에겐 고작 주도권을 뺏고, 되찾아야 할 의미였다는 말인가. 이미 교계 내에선 사랑의 쌀 운동에 대한 논란이 여러 해 전 부터 존재했다. 남교협에 앞서 지난해까지 행사를 주관해왔던 성시화운동본부 역시 매년 결산공고 때마다 상세한 지출 내역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다 보니, 결산 자체보다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랑의 쌀 논란은 투명하지 못한 과정을 바탕으로 유명 목회자부터 각 교계 단체장, 여러 교회들이 서로 얽혀있다. 기자회견에선 목회자 간의 다툼이 이어졌고, 그들이 발표한 보도자료는 서로에 대한 추궁 및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마치 진흙탕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남가주 모든 교회, 목회자, 성도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윤리, 도덕, 신앙적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책임을 묻겠다"며 발끈했다. 


언제부터 남교협이 한인교계를 대표했나.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명예를 실추시키고,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하는가. 오히려 이런 상황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목회자들은 교계와 사회를 향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성직자들의 기자회견은 이성보단 그릇된 종교적 신념이 앞섰다. 남교협은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은 심정"이라며 자신을 다윗에 투영하는가 하면, 보도자료에는 성경구절까지 인용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기 때문에 아마 더 잘 알것이다. 성경이 아무 상황에나 가져다 붙이는 개념인가. 성경은 개인의 주장이나 사상을 뒷받침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신의 뜻을 깨닫고 이를 성도에게 전하기 위해 성경을 보는게 목회자로서 훨씬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종교담당 기자로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불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진정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사랑의 쌀'이었는지.



[LA중앙일보]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41546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푹풍의 눈 file

  • 2014-04-09

Eye of the Storm from Henry Jun Wah Lee / Evosia

느림의 아름다움 file

  • 2014-04-04

Slow Life from Daniel Stoupin on Vimeo.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결산 file

  • 2014-04-04

▲지진으로 페허가 되었던 미션 카피스트라노의 종탑 ‘사랑의 쌀 성금 결산 보고’ 지난 12월 시작돼, 엊그제인 4월 1일까지 몇 번을 하는데도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결산 보고하기로 약속한 즈음 갑자기 한국간 실무자가 오면 또 하겠단다. 영 안 맞는 통계...

구사일생 구조작업 file

  • 2014-03-28

지난 25일 텍사스 주 휴스턴 소방국

한번 웃고 갑시다! file

  • 2014-03-27

[Photo: mediarelations.gwu.edu]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때...... 기업체 현대: 우선 때려잡고 고민한다. 삼성: 뱀에게 떡값을 준다. LG : 삼성의 처리 결과를 지켜본다. 두산: 트위터로 물어본다. 한화: 가죽장갑과 야구 방망이를 준비하고 회장님께 연락한...

남가주 교회들과 성도들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 2014-03-26

한국 정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 '국민'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를 하게 될 때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이 원해서' 그리고 뭔가 발끈할 때 하는 표현으로 '국민들이 두렵지 않느냐', '국민들을 저버렸다' 등등... 그런데 그들이 그런 표현할 때 드...

'다툼의 쌀'로 변한 '사랑의 쌀'

  • 2014-03-26

한인 교계가 어수선하다. 교계 단체들이 5년간 주도해왔던 '사랑의 쌀' 논란 때문이다. 올해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주관한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남교협)가 참여 단체들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산공고를 한 것이 문제였다. 함께 공동주최한 오렌지...

여행은 보여지는 이상의 것 file

  • 2014-03-26

Travel is from The Perennial Plate on Vimeo.

트로트도 복음성가처럼 file

  • 2014-03-26

3월의 두 번째 텐트가 끝났다. 초청 가수 김성아 전도사 몇몇 곡으로 관객들 휘어잡더니 마지막 신청곡까지 받아주는 친절함까지... 텐트의 송 목사님이 신청한 곡은 지난 번 콘서트 때 불러 큰 웃음 준 “무조건”이라는 트로트 가요 맑고 감미로운 그의 목소...

껍데기는 가라 file

  • 2014-03-26

팜스프링스, 케이블카가 흔들거리며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바위산 정상 멀리 보이는 소금바다를 보며 아라비아 사막, 쿰란 동굴, 소아시아 카타콤에 숨어 살던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또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았을 그들 세상이 이해 못해 ...

Dear Future Mom file

  • 2014-03-25

한 엄마가 태어날 아기가 다운 신디롬이라면서 고통스러워하자 다운 신드롬을 앓고 있는 15명의 아이가 이 엄마에게 말합니다. DEAR FUTURE MOM | March 21 - World Down Syndrome Day | #DearFutureMom

패럴림픽 폐막식 퍼포먼스 file

  • 2014-03-21

사랑에 빠진 두 그루 나무 file

  • 2014-03-21

영리한 코카-콜라 광고 file

  • 2014-03-19

너무나 귀여워서 미소가 절로 file

  • 2014-03-13

El Amor del Oso Polar. from Sorprendete on Vimeo.

둥지찾기 캠페인-아이들을 도웁시다 file

  • 2014-02-22

지난 30여 년 간 LA한인 교민사회와 한인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온 한인가정상담소(KFAM)에서 LA카운티 아동보호국(DCFS)와 함께 부모의 학대, 방임, 질병, 버림 등, 기타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게 된 아이들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제...

둥지찾기 캠페인-아이들을 도웁시다 file

  • 2014-02-22

지난 30여 년 간 LA한인 교민사회와 한인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온 한인가정상담소(KFAM)에서 LA카운티 아동보호국(DCFS)와 함께 부모의 학대, 방임, 질병, 버림 등, 기타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게 된 아이들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제...

피아노가이스의 겨울왕국 렛잇고와 비발디의 윈터 file

  • 2014-02-21

적극적이던 교인들이 교회 떠나는 7가지 이유

  • 2014-02-17

도덕적 실패, 모임 이탈, 탈진, 고통, 사역 중단, 분쟁… ▲톰 S. 레이너(Thom S. Rainer) 박사. 교회 성장 전문가이자 목회상담가이며 라이프웨이리서치의 대표인 톰 레이너 박사가(Thom S. Rainer) 박사가, 교회 활동에 적극적이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

지금까지 본 윈드서핑 중 단연 최고 file

  • 2014-02-15

Windsurfing through hurricane cond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