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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jpg 몇년 전인가 유료 양로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적이 있었다.예전 같으면 양로원은 자녀를 두지 못한 노인이나 이런 저런이유로 홀홀 단신이 된 노인들이 가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개념이바뀌어 가고 있다. 경제적인 형편은 좋아졌으나 가정이나 사회에서의노인들의 지위나 역할이 점점 작아지다보니 예전처럼 노인들이가정에서 존경받으며 살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괜히자식들 눈치보고 불편하게 지내느니 내 돈 주고 속 편히 지내고자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누가 가르쳐주지않아도 너무나 잘 찾아내는 요즘 사람들은 돈 많은 그런 노인들의욕구를 금방 찾아내서는 노인 복지니 뭐니 하면서 유료 양로원을짓기 시작한 것이다.

 

유료 양로원의종류도 다양하다. 8천만 원 정도의 분양가만 내면 입주할 수있는 것에서부터 2억 가까운 분양가에 다달이 관리비를 적지않게 내야 하는 호화로운 양로원까지 있는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유료 양로원의 대부분은 시설이아주 잘 되어 있다. 일단은 환경적인 면에서 녹지 조성이 잘되어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고, 헬스 시설과 사우나는 기본에수영장에 의료실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노인들이 생활하기에불편함이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노인들은 취미나 기호에따라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관리소 측에서 운영하는 다양한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연한기회에 돌아보게 된 유료 양로원을 나오면서 내가 한 생각은나는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관광지의 콘도미니엄처럼멋지게 꾸며 놓은 건물의 외관이며, 내부를 보고 감탄하기는했지만 그곳을 돌아보는 내내 썰렁함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장애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에는 있는 생기나 활기를그곳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다.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더 많고, 시설도 훨씬 좋은데 말이다.

 

본문은 다윗왕의 말년을 묘사하고 있다.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덮어도 따뜻하지가 않았다(1절). 그래서 신하들이 젊은 처녀를데려다가 왕의 시중을 들게 하고 밤이면 품고 잘 수 있도록했다는 것이다. 젊은 여자를 노인의 방에 들여서 지내게 한'웃방 아기' 관습은 우리 나라에도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나의 관심은 그런 관습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를 따지는것이었는데, 지금은 1절의 묘사에 이미 마음이 찡함을 느낀다.노년의 썰렁함.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가 않은 것이 노년의썰렁함이요, 슬픔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젊은 사람의 체온을빌어야 하고, 그 생기를 전해 받아야 하는 것이 노년의 서글픔인것이다.

 

하루만 전화를드리지 않아도 섭섭해하시던 부모님의 마음이 그런 것이었는지모르겠다. 직장 일로, 집안 일로 쉴 틈 없이 바쁜 사정은 몰라주고자주 들르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시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는데그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나 보다. 몸이 아파서 꼼짝 못하겠다고하시다가도 찾아가서 이불 속에 손 한번 넣어드리고 따뜻한국 한 그릇 끓여드리면 금새 낫는 것도 알고 보면 꾀병이 아니라노년의 썰렁함 때문일지 모르겠다.

 

교회에 제일먼저 나와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권사님들의 모습도 떠오르고,새벽마다 잠도 없으신지 거르지 않고 일찍부터 나오시는 노인분들도떠오른다.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별 이야기도 없이 앉아 계시는 노인들의 모습도 눈앞을 지나간다.늙으면 돈이 최고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노인들의이면에는 돈이 있으면 젊은 아이들이 더 자주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기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효도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서보다는나도 앞으로 겪게 될 노년의 서글픔에 대한 연민으로 부모님의이불 속에 손 한 번 넣어보고, 만나는 노인들마다 웃어주고손을 잡아주어야겠다. 내가 가진 체온으로 그들이 따뜻해질수 있다면 나눈다고 떨어지지 않는 체온을 못 나누어줄 게 무엇이있겠는가?

 

출저: 김성현의 따뜻한 세상만들기 (http://blog.daum.net/san05/11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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