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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반, 일제의 탄압과 인권유린이 갈수록 심해져 갈 때,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나 절 같은 곳은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사찰의 가냘픈 풍경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마을에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멀리서 땡 땡 땡 땡... 쉬지 않고 들려오는 교회 종탑의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그 종소리를 들으면 근심걱정은 사라지곤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루아침에 종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조선 총독부에서 일제히 '쇠붙이를 공출' 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뒤부터였는데,

시계가 귀했던 시절인지라, 사람들은 새벽에 울리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밭으로 나가 일했고,

여인들은 부엌으로 나가 아침상을 준비하였다.

 

이른 아침 송아지를 끌고 언덕에 올라가 어쩌다 마을을 내여다보면,

집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하얀 연기와 함께 들려오는 종소리는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는데,

해질녘에 멀리서 교회 종탑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면, 그날이 수요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마을교회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시간을 알리는 유일한 신호였는데,

종이랑, 풍경이랑, 조상님께 제사 지내는 '놋그릇'이랑 '수저'는 물론, '요강'가지도 공출해 갔으니,

사람들의 입가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고, 일제에 대한 분노는 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 당시 여름방학이 되면 모든 교회에서는 '하기 학교'를 열었는데,

친구의 설득으로 한번 따라갔다가,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그떄 난생 처음으로 재미있고 따뜻하고 숙제도 없고 먹을것도 주는 그런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다음날 서둘러 동무들과 함께가면, 집에 돌아오기 싫을 정도로, 선생님의 이야기도, 놀이도, 노래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끝날 떄면, 맛있는 '과자'도 '자두'도 주었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내 입보다 큰 '눈깔사탕'도 먹어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새벽시간도 있어서 늦잠 자는 버릇 떄문에 새벽시간을 놓치는 것이 문제였다.

엄마에게 신신 당부하자 엄마는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기뻐하신다.

 

'강소천'의 시와 김대현작곡의 <종소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꽃씨와 같이, 종 속에서 껃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리던 '땡 -' 하는 소리의 여운 소리와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찾는다'는

말의 뜻을 처음 듣고 꺠달았고, 국무총리가 된 <요셉>이야기나, 집을 떠난 <탕자> 이야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들었던 종소리까지, 값진 추억으로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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