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호] 교회는 병원이다

조회 수 3209 추천 수 0 2013.08.13 05: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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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세 나라 이민을 비교하는 재미있는 얘기 들어봤을 거다. 중국인들은 이민을 가서 제일 먼저
음식점을 차리고 일본인들은 먼저 사업을 시작한다는데 한국인들은 교회부터 세운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종교성(?)이 남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만큼이나 모이기를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기를 즐겨 한다는 뜻이다. 모여서 뭘 한다는 걸까?

이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게 외로움이다. 그래서 그 외로운 마음 위로 받을 길을 찾게 마련인데
한국은 일찍이 기독교가 잘 자리 잡은 덕택에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외로움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교회를 찾게 되는 거다. 한국에 있을 땐 안 믿던 사람이 이민 가서는 교회에 나가는 일이 흔하고
신자의 비율이 국내보다 해외가 높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면 뒤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 믿음의 주요,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를 바라보기보다
사람이 좋아 사람을 보고 교회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을 의지하다가 외려
사람에게 실망하고 상처 받고 서로 등 돌리게 된다. 교회가 사회의 모임과 다른 점은 자기 방어의 수위가
낮다는 거다. 사회에서는 겉으로만 점잖고 겸손해도 인정받고 잘 지낼 수 있지만, 교회에서는 겉모습만 가지고는
건전한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가 없다. 더구나 이민교회는 외로운 심령들이 모인 곳이어서
자신의 속을 쉽게 드러내게 된다. 그게 바람직한 일인데도 바로 그 일로 인해 갈등과 분열을 겪는다.

교회는 병원이다. 온갖 환자들로 가득한 게 교회이고 그게 정상이다. 이민교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교회는 치료를 받는 곳이다. 손가락질이나 비난으로는 치유 받을 길이 없다. 먼저 자신이 예수 사랑을 체험하고
그를 통해 치유 받고 나서야 남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십자가의 고귀한 희생이 마음 깊이 새겨지지 않은 상태로
남의 허물과 약점 품는다는 건 이상일 뿐이다. 교회 안에서 단순히 이기적 본성의 인정이나 친밀함을
추구하다 보면 병을 고치기보다 병 얻어가는 곳이 되고 만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예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이다. 그처럼 교회에선
포용과 용납이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죄인을 조건 없이 품어주신 그 사랑을 힘입어서
우리도 서로 받아주고 품어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판단과 비난 대신 예수님 바라보도록 이끌어주고
예수 안에서 서로 받아주고 감싸주기를 힘쓴다면 분명 병 잘 고치는 병원으로 사방에 소문이 날 거다.

복음이 전파되려면 신앙인들이 먼저 본이 되어야 한다. 신앙인들의 모습과 삶을 통해 안 믿던 사람들이
주님께로 나오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확실한 전도다. 교회가 용서와 포용의 본이 될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본이 되지 못하는 바람에 믿고자 하는 마음을 가로막는 일이 흔하지 않은가?
그게 이민교회의 현실은 아닌가?

주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의 모습이,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할만한 본이 되고 있는지를
늘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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