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Chadd 모임에 다녀와서

조회 수 3508 추천 수 0 2013.11.26 15: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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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도 뛰어났고 수영이나 합창반에서도 날렸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 특별히 걱정해 본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집을 떠나서 대학교에 간 후에 엄마가 전화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우리 집 근처의 미장원에 갈 때마다 ‘따님이 두고 간 스웨터가 여기 있어요! 하며 되돌려 주더라고요. 그런데 그 후에도 우산, 모자, 코드 등 여러 가지를 받으셨대요. 결혼한 후에 아들을 낳고 직장에도 잘 다니다가 어느 날 “Driven to Distraction”이라는 책을 읽고서 저에게도 주의산만 증세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요. 이 책을 쓴 Hollowell이라는 의사도 자신에게 주의산만 증세가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될 때까지도 모르다가 정신과 수련의 하는 동안에 공부하면서 드디어 알게 되었다네요. ‘약물 치료를 받으니까 마치 시력이 나쁘다가 안경을 썼을 때처럼 세상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더군요. 최근 저의 아들이 삼학년이 되면서부터 학교 선생님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수학은 항상 만점을 받으며 좋아하는데, 영어책을 읽거나 쓰는 것은 아주 싫어한답니다. 제가 사는 남가주의 공립학교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중국어를 가르치는데 그것도 쓰는 것은 아주 질색을 합니다. 그래서 저의 아들도 의사의 진단을 받고서 주의산만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답니다. 저와 제 아들이 속해 있는 재미 한국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의 주의산만증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제28회 CHADD학회가 열리고 있는 워싱톤 DC에서 ‘한인들의 주의산만증 증세와 이를 위한 다각적 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나와 함께 시작하며 나의 딸이 한 말이다.

 

 ‘Children and Adults with Attention Deficit Disorder’의 약자를 따라서 CHADD라 불리는 이 단체는 주로 부모님들 또는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애쓰는 학교 선생님들, 이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가정 주치의, 정신과 의사들, 심리학자(Psychologist), 사회사업가(Social Worker), 가정치료사(Marriage Family Therapist: M.F.T라는 약자로 불림), 정신과 간호사(Registered Nurse specializing in Psychiatry), 또한 어른 주의산만증 환자 자신들이 모여서 운영해 나가는 자발적 단체이다. 참석자 모두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는 봉사활동과 사회 전반의 교육을 위해서 학회에 온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효과가 큰 모임은 ‘부모가 다른 부모를 돕는 그룹’이다. 자신의 아이만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실의에 빠졌던 부모님들이 선배 부모들의 고생담과 격려를 받아서 부모로서의 긍지와 자신감을 되찾아서 아이에 대한 사랑과 긍정적인 행동 방침을 배워간다.

 

우리 모녀가 한국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다음 시간에 멕시코 팀이 등장하였다. 본래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던 교수였다가 자신의 두 아이가 주의산만 증세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ADD 진단과 치료를 돕는 단체’를 창설한 아름다운 가정주부와 그녀의 매부가 강사였다.

 

그녀에게는 세 아이가 있었다. 첫 번째 아이가 사망하고 둘째 아들은 아주 심한 주의산만증 증세로 엄마와 선생님들을 고생시켰다. 그 후에 태어난 딸마저 ‘조용하지만 공부시간에 공상이 많고 깜빡 깜빡 잊어버리기 잘하며, 성격이 예민한’ 주의산만 증세를 나타내었다. 다행히 지금은 둘 다 성장하여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다른 부모님들을 자신이 겪었던 고통으로부터 구해주고 싶었단다.


“유전적인 원인으로 온 대뇌 화학물질의 불균형 상태인 의학적 질병이니 엄마의 잘못이 아닙니다! 필요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세요. 저도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이 게으르고 말 안 듣는다고 야단만 쳤지요. 그러니 자신이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주의집중이 안 되고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해버려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꾸중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의 안타까움은 생각해 보셨나요?"

 

그녀의 봉사와 모금활동으로 주의 산만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져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 한인 사회에도 이런 부모님들이 발 벗고 나서서 다른 부모님들을 깨우쳐 드리는 운동이 일어나기 바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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