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나를 발견하게 해준 두 권의 책

조회 수 3481 추천 수 0 2013.11.22 1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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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 살던 한 소년은 학교에 가는 것이 겁이 났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둥그런 책상에 앉아서 한 명씩 돌아가며 읽어야 하는데, 이 소년은 글자가 뒤범벅이 되어 보이고 떠듬거리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2학년짜리 소년은 친구들이 놀릴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담임선생님이 꼭 옆에 붙어 앉아서 팔로 안아주시며 격려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소년이 실수를 할 때마다 이 선생님의 팔은 더욱 소년을 힘 있게 안아 주셨다. 그러니 아무도 그를 놀릴 엄두를 못 내었다. 이 여자 선생님의 인내와 가르침 때문에 소년은 드디어 글 읽기를 깨우쳤다. 비록 어른이 될 때까지도 유창하게 책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아마 그는 대학교에 진학할 때에 영문과(English Literature)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선천적으로 글 읽기가 어려운 증세인 ‘난독증’(Dyslexia)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된 것은 하버드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의과 대학을 마친 후,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되고 난 후였다고 한다. 이 의사는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어린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들려준다.


많은 ‘난독증’ 환자들처럼, 그도 ‘주의산만증’ 증세를 겸하여서 천성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니 머리는 좋은데 공부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고 숙제를 잃어버리는 수가 많았다. 실수투성이인 그를 야단치는 대신에 그의 부모님은 기숙학교에 보내어서 규범에 짜인 생활을 하도록 도왔다.


그에게는 항상 ‘뜻하지 않은 실수’가 연발됐었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신이 나서 친구들을 사귀며, 사회생활에 빠지다 보니 낙제점수를 받았다. 그에게는 조절의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주위에는 진가를 알아주는 교수님과 친척 누이가 있었다. 그들은 실의에 빠진 소년에게 항상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며 남을 도와주는 길을 찾는 데 역할 모델이 되었다.

청년이 된 그는 어느 날, 정신과 강의 시간에 주의산만증 증세에 대해 배우며 드디어 눈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그토록 자신을 괴롭혀 왔던 증상들, 한 군데를 오랫동안 주의집중하지 못하는 점, 그러나 무엇엔가 집착을 하다보면 다른 데에는 전혀 관심을 못 갖게 되는 과도집중(Hyper Focus) 문제, 그러다가 생기기 쉬운 인간관계의 문제들, 매사에 칠칠맞고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것 등등 많은 단점들이 사실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병’이었다니!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미워하고 질책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가 그가 정신과 수련의를 막 시작한 때였다. 비슷한 문제가 있는 사람끼리는 서로가 통하는 모양이다. 그는 자신을 옆에서 지도해 주는 수석 수련의인 John Raney도 ‘주의산만증’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 두 젊은 의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고, 『Driven to Distraction』이 탄생했다. 서민들에게 주의산만증을 쉽게 설명해 주는, 그리고 이 증세는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오히려 좋은 점이 많을 수 있는 ‘기질 증세’임을 강조했다.


“뉴욕 타임즈”의 일반도서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던 이유는 그만큼 이 증세로 고민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 주의산만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나무나 많음을 실감한다. 교과서를 통해서나 소아정신과 임상을 통한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다.

“Driven to Distraction”을 쓴 지 이십여 년이 지난 금년, 이 50대 중반의 의사는 ‘어른에게서 진단되는 주의산만 증세와 함께 여러 치료 방법을 다시 책으로 펴냈다. 물론 과거의 저자와 함께. “Delivered from Distraction”이라는 새 책에는 자신의 혈통을 받아서 태어난 세 자녀 중, 두 아이의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두 명이 모두 주의산만증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이름은 Edward Holloway, M.D.이다. 그의 두 권의 책을 모든 부모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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