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관] 포장주의

조회 수 3848 추천 수 0 2013.11.12 1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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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유행하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믿지말자 화장발, 속지말자 조명발, 다시보자 성형발’이라는 말이다.  사람은 외모를 본다.  겉모습을 중요시 여긴다.  포장을 본다.  포장을 중히 여기고 포장에 신경을 쓴다.  속이 텅 빌수록, 속에 자신이 없을수록 포장을 과대하게 한다.  어떤 물건은 제품보다 포장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있다.  어차피 속의 물건을 사용 하려면 포장은 버려야 하는데도 포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크리스천들도 대형교회를 선호한다.  대형교회를 출석하면 자신도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인가.  다 그렇지는 안겠지만 일부 대형교회 성도들 중에는 무슨 사회적 지위인양 자신을 대형교회 직분자로 소개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한국이 자랑하는 대형교회 가운데 강남에 있는 사랑의 교회가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옥한음 목사님이 별세한지 2년이 지난 지금, 고인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가 된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 대필 사건이 그것이다.  잠잠해지면 불어지는 논문표절의혹, 박사학위논란.  왜 이러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교인들은 잘 포장된 스타목사를 원하는 것이고 목사는 그들의 호응에 부응해서 잘 포장을 했을 뿐이다.  설령 그것이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 할지라도 교인들은 진짜, 가짜의 여부를 떠나 박사학위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날의 예배도 그렇다.  대형교회의 화려한 조명과 대규모의 성가대가 있는 성전에서 잘생긴 수려한 언변의 목사가 하는 설교를 들어야 예배를 잘 드렸다고(?), 적어도 이런 교회를 다녀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목사들이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도구로 전락된 듯하다.  특히 대형교회 일수록 그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 진다.


이번 사안에 대하여 지난 7일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기윤실 이사장 홍정길, 공동대표 박은조, 백종국, 전재중, 임성빈 이름으로 오정현 목사의 ‘논문표절 의혹관련 담임목사 사퇴발언’에 대하여 “‘오정현 담임목사의 박사학위논문 의혹 관련 당회 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논문의 표절 혐의는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정현 목사가 이사로 활동해온 기윤실은 본 단체의 임원이 논문표절에 연루된 사건을 접하면서 깊은 통탄과 함께 기독교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로서 송구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기윤실은 이어 “정관에 따라 오정현 목사의 이사직에 대한 처리를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공명정대하게 밟을 것이며, 향후 임원을 선출하는 데 있어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윤실은 “하나님과 사회에 용서를 구하는 죄인의 마음으로 먼저 회개하고, 개선하여 나가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렇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 회개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사랑의교회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목회자 청빙 시에 박사학위를 요구하는 등 한국 교회 내에 만연한 학력 인플레이션 풍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교회가 포장주의, 외형주의를 따르는 세상과 구별됨을 포기하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부디 오정현 목사는 그가 말씀대로 내려놓을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버티면 추해진다. 자신만이 아니라 사랑의교회 나아가 한국교회까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고 만다.  오정현 목사가 본을 보이시면 ‘그래도 한국교회가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질 것이다.


“바위틈에 거하며 높은 곳에 사는 자여 네가 중심에 이르기를 누가 능히 나를 땅에 끌어내리겠느냐 하니 너의 중심의 교만이 너를 속였도다(오바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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