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호] 최선인가 무리인가

조회 수 3586 추천 수 0 2013.10.31 1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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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꽤 좋아하던 30대에 극기 훈련이랍시고 토요일 밤에 서울에서 떠나 다음날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상에
올랐다가 그날 밤까지 돌아오는 강행군을 종종 했었다. 최단시간 내에 산을 정복하는 자부심과 뿌듯함까지는
좋았는데 그 강행군 때문에 무릎 관절이 상해서 이젠 어지간한 산은 아예 오르지도 못하게 돼버렸다.
아무리 뜻있는 도전이라 해도 몸이 상할 정도라면 잘하는 일은 아니다.

자기를 가만 놔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진 않더라도 몸과 맘을 무리하게 다그치는 일이
잦은 거다. 좋은 예가 '일 벌레(workaholic)'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다.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
일손 놓고 쉬는 걸 무슨 죄짓는 듯 여긴다. 일을 대충 한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언제나 자신을 들볶는다(?).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리하는 쪽에 가깝다.

최선과 무리를 잘 분별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서 무리함으로 넘어가버리기가 쉽다. 무리함은 최선처럼
칭찬 받을 일이 못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강행군 등산처럼 무리하면서 자랑한다.
최선과 무리를 분별 못하다 보면 모르는 새 내 무릎처럼 망가져간다. 과욕이나 완벽주의, 경쟁의식과 과시욕,
어느 정도 빗나간 가치관 등이 우릴 끊임없이 무리하도록 유혹한다.

누구나 삶 속에서 자신의 일에 나름대로 힘을 쓰겠지만 힘쓰는 정도가 적절한지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무리하는 것은 그 동기와 결과가 전혀 다르다. 자신의 한계를 시인하는 겸손함과
한계를 부인하는 교만과는 서로가 정반대다.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하는 것과 취하지 못할 걸 넘보는 것의 차이도
그렇다. 자신의 분량을 초과해 무리하다가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무리하는 실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바로 알아야 한다. 무리하는 것은 자신을 잘못 아는 것이고
헛된 노력이다. 뱁새가 황새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황새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자신을
바로 알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꽤나 오래 동안 무리한 삶을 살아왔단 얘기다. 내 몸이 그런 무리한 삶을
견디다 못해 결국 암으로까지 발전했던 적이 있다.

하나님은 우릴 위해 최선을 다하신다. 십자가가 그 증거다. 그 하나님께 우린 과연 최선의 삶을 보이고 있는지
늘 점검해봐야 한다. 경쟁심이나 성취욕에서 나오는 열정은 최선이 아닌 무리다. 남의 달란트를 부러워할 게
아니라 주어진 달란트에 충실해야 한다. 신앙생활에서의 무리함은 충성이 아닌 불순한 동기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내 모습 이대로' 받으신다. 그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른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무리함을 일삼던 자신에게서 내가 해방될 수 있었던 소중한 깨달음이다. 하지만 결코
게으를 순 없다. 우릴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제대로 깨닫고 있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 안에서야 진정한 보람과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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