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섭] 모래성(박홍근 요, 권길상 곡)

조회 수 4992 추천 수 0 2013.10.10 1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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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상의 '모래성'은 해방 직후에 만들어진 노래다.

1920년대 초,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일본노래나 외국노래에 우리 말 가사를 붙인 소위 '창가' 만을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 운동' 초기에 작곡가들은 일제치하에서도, 국민정서에 알맞는 노래를 풍성하게 만들어 냄으로써 동요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당시의 노래들은 마치 엊그제 배운 노래처럼 지금도 널리 불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요들은 지끔까지도 널리 애창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불멸의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유명한 동요들을 가장 많이 창작한 작곡가로는 개화 초기의 윤극영, 홍난파, 박대현 등이 있었고, 해방 이후엔 박재훈, 한용희, 권길상, 이수인 등이 뒤를 이었다.  창작동요를 수없이 많이 작곡한 작곡가라 할 지라도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이 '얼마나 많이 불려졌는가' '국민정서에 얼마나 다가갔는가'를 좋고 판단할 때, 8.15 광복을 전후하여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불렀던 작품을 가장 많이 남긴 작곡가가 홍난파와 권길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모래성'의 작곡가 권길상은 선친이 목회하던 명륜교회(서울 명륜동 2가 111번지)에서 자랐다.  부친의 명륜교회는 우리의 동요 역사상 중요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봉선화 동요회'를 탄생시킨 귀중한 산실이다.  난세의 어린이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하여 몹시 메마를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봉선화 합창단'을 통해 동심을 잃지 않게 하려는 합창운동을 6. 25 동란 중에도 흩어지지 않고, 피난길을 함께 하며 꾸준히 지켜왔던 것이다.

 

그 당시 어른들의 심리상태는 공포와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민감할 때라 그런지 아무데서나 큰 소리로 싸우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와 피투성이가 되도록 서로 주먹질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아낙들의 모습과 팥으로 초콜릿이라고 속여 파는 아저씨며, 고쟁이 가랭이에 미군제품을 감추고 장사하는 아줌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로변 길에 소달구지에 실린 채, 몸을 비틀며, 비통하게 소리지르며 딩굴던, 손발이 모두 잘린 가엾은 아저씨와 장터를 돌아다니며 마치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선장인양 한 손에 갈쿠리를 휘저으며 지나는 사람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돈을 뜯어내던 상이군인 아저씨 등, 어둡고 불행했던 시대의 그 참담한 광경들을 직접 바라보며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그 거친 모습과 함께 어우러져 지내며 그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얼빠지고 오염돼가는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매우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처절했던 사변 통에 혼비백산한 채 부모를 따라 다녔던, 그들의 정서를 회복시켜주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전시동요'였고, '모래성'과 같은 아름답고 정서적인 동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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