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성] 관측

조회 수 3178 추천 수 0 2014.03.1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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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형교회가 담임목사의 아들에게 교회를 지어 부임케 한 것을 두고 편법증여니 변칙세습이니 하고 말들이 많다.  기사를 보니 축하객으로 온 지자체장은 대뜸 2018년까지 지하철과 백화점과 명품점들이 들어설 것인데 교회가 크게 부흥할 것이라고 했단다.  교계 어른들도 일일이 축사를 하고 젊은 목사가 목회를 잘 해나가길 빌어주는 모습이었다.  1300여석의 교회 규모라고 한다.  말이 1300여석 규모지 내가 다니는 시골 교회를 생각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고 정말 꽤 큰 교회가 맞다.  이 교회를 담임하게 된 대형교회 목회자의 아들은 환원에 중점을 가지고 목회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교회의 전심을 다하겠다고 하지 않고 세간의 이목을 고려해 이같은 말을 했다니 이 목회의 출발선이 어딘가 모르겠다.

왜 눈치를 보는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해서인가? 만일 떳떳하지 못하다면 어찌 하나님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누가 뭐라고 하든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 예수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과부와 고아와 같이 연약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과 함께 하고 생명 내어주는 진심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그런데 젊은 목회자의 목회 서두에 세습이라는 의혹이 붙고 편법이라는 딱지가 따라다니게 되니 이를 불식시키려고 노심초사하는 새 목사의 고심이 안타까울 뿐이다.

실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대형교회는 각종 사회활동을 무척 많이 하고 해외 선교와 국내 미자립교회 지원, 복지와 여성정책, 대북선교 등에 쉽게 다른 교회들이 할 수 없을 만큼 규모있게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공공성에 기여하는 바도 틀림없이 많다.  그런데도 현교계가 하도 흉흉하니 괜히 불똥이 튄 면도 없지 않다. 백 번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쉬운 것은 젊은 목사가 새로 시작하는 목회란 것의 모양새이다. 


이순신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서 곡해를 당해 좌천이 되었다가 다시 복직할 때는 백의종군하였다고 한다.  마음가짐이 그러했으니 그가 명장이고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 아닐까?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누그러뜨리느라 모양새가 불미하게 시작하느니 하남 땅 불모지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높이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제게 능력을 주시옵소서!"라고 외치며 백의종군하였다면, 인간이 자라온 텃밭이 어떠한들 마음먹기에 따라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더라면, 그래서 한국 교회사의 한 페이지에 교회세습을 완전히 종식시킨 위대한 교회사적 지도자라는 영예를 택하였더라면, 이 혼란한 시대에 교회를 불신하고 배척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께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진정으로 흠모하고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을 위대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큰 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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