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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엄마의 두 언니들도 모두 같은 병으로 젊은 시절에 사망을 했으니, 친구는 얼마 전에 그 멋쟁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멀쩡한 유방을 미리 수술해버린 행동을 잘 이해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유전으로 내려오는 병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알게 된다.


그런데 가족 내에서 전해 내려오는 병 이외에도 어떤 민족이나, 인종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들이 있다. 예를 들면 흑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우선 흑인들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고혈압이 생기기 쉽고 그 증세도 심하다. 그래서 흑인 환자들에게는 자주 혈압을 재보고 짠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고 특별히 의사들이 당부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라티노 민족들에게는 당뇨병에 걸리는 확률이 크다. 그러니 어린 아이 때부터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조심시키고, 정부나 의료기관들이 많은 경비를 들여서 지역 사회를 교육시키고 수시로 혈당 검사를 하여 환자를 찾아내는 데 온갖 힘을 쏟는다.

만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오늘 내가 본 환자처럼 각종 합병증이 생기고 환자의 고생은 물론 국가에서 부담하는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우선 그는 심한 당뇨 때문에 발가락으로 가는 실핏줄이 막혀서 혈액 순환이 어려워졌고, 엄지발가락이 상처가 덧나는 바람에 양쪽 발가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눈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각막에 문제가 생겨서 시력을 잃었단다. 20세 때부터 생긴 당뇨증세로, 그는 직장 생활도 단념해야 되었었다. 유태인 민족들에게는 특히나 많은 근육 질환이나 신경계의 이상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병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이해를 하기 힘든 인종이 아시안들이란다. 물론 미국내 전국민의 5%밖에 안 되는 소수 민족이지만 현재 인구 증가가 가장 빠른 인종이니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아시아인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하여 통계를 내고 예방이나 치료를 도우려면, 아시안들이 자신이나 가족의 질병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안은 가족의 질병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숨긴다. 그러니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알아낼 수가 없고 많은 혜택을 잃어버리게 된다. 힘들게 일을 하여서 국가에 낸 세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 전국 대학생들 중에서 특이하게도 아시아계의 학생들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의료 문제가 발견되었다. 바로 자살이다. 몇 년 전 MIT와 스탠포드 대학원생 중에서 자살을 한 동양인 학생들의 기사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뉴욕주의 코넬 대학교 통계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모든 자살 학생의 55%가 아시안이었다. 학생 비율로는 전교생의 14%만이 동양인인데 말이다. 그래서 2004년 이후, 코넬이나 스탠포드 대학 등에서는 특별히 아시아 계통 학생의 정신 건강센터 등을 세워서 원인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아시안 대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우울증이나 자살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Model Minority라는 사회의 선입견과 부모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시안 대학생들은 스스로에게 아주 심한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고 한다.


최근 타임지 기사에 실린 스탠포드 대학의 Asian American Activity CenterCindy NG 부소장에 의하면 아시안 학생들은 우수한 학업 성적을 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많은 스트레스를 본인에게 가하는데, 만일 성적이 그에 따르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더욱 높아지고 간혹은 완벽주의로까지 발전한다, 대부분의 아시안 대학생들은 결국 부모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큰 압력을 스스로에게 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모들이 자신을 위해서 낯선 미국 땅에 이민 와서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늘 머릿속에 되뇌인단다. 그리고 이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박혔고 따라서 부모의 기대대로 의사나 공학 박사가 되어서 부모의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참된 자식의 도리라고 믿게 된다는 것. 그러니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과에 들어가거나 천성과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다고 한다.


2010년도 UC 샌디에고 연구결과에 의하면 동양인은 백인들에 비해 우울증세가 더욱 많다고 한다. 그리고 1세인 부모와 마찬가지로 2세인 학생들도 도움을 청하는 것을 꺼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문제를 창피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대학교에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정신병에 대한 수치심과, 가족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염려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은 자살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부모의 행동을 보고서 배운다.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세들의 자살률은 그러니까 우울증을 창피하다고 쉬쉬 하며, 육체적, 환경적, 심리적, 그리고 영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의 행동과 관계가 크다고 하겠다.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해서 오는 게으른 자의 천벌이 아니다. 당뇨병이 췌장이라는 장기의 화학물질(인슐린) 이상 때문이듯이 우울증은 두뇌라는 장기의 세로토닌 이상에 의한 의학적 질병이다. 더욱이 이병은 당뇨병처럼 대를 물릴 수 있는 유전적 병이다. 아시안들, 특히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믿던 것을 바꾸는 것을 거부한다. 변화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모두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큰 변화이다. 당뇨병을 받아들이고 치료함으로써 소경이 되거나 발가락 등을 잃은 사람들이 한인 중에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 우울병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을 받아들이고 배우고 치료에 힘쓰자! 그 길만이 꽃같이 젊고 아름다운 우리의 2세들이 그토록 어렵게 입학한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제 손으로 목숨을 끝내는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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