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호] 귀 있는 자

조회 수 3219 추천 수 0 2014.04.15 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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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상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가장 심한 게 어떤 경우일까? 누군가가 내 자존심을 건드릴 때다. 
무시나 모욕을 당하는 경우들이다. 그 아픔은 가끔 삶의 의욕까지 흔들어놓는다. 그 고통을 초래하는 흉기는 
무엇보다도 ‘말’이다. 특히 우리말은 존댓말의 구분이 뚜렷해서 무심한 반말 한마디로도 상처받고 그게 
싸움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또 다른 흔한 예가 있다. 자신이 하는 말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경우다. 
상대가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꽤 맘이 상한다. 

입이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면, 귀는 들음을 통해 상대를 받아주고 존중하는 수단이다. 
그 듣는 귀가 사람 관계에선 필수 요건인데도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선생님, 어르신들, 
의사 같은 전문가의 말이라면 물론 귀를 기울이겠지만 하급자, 손아래 사람, 약자, 작은 자의 말도 
귀담아 듣는가? 자신도 모르게 그들 맘 상하게 하진 않는가? 어린 자녀들도 부모가 그 말을 맘 써서 
들어주지 않으면 상처 받기 마련이다.

신학교 시절 접했던 통계를 떠올려본다.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의사소통 훈련에 들이는 평균기간이,
쓰기는 14년, 읽기는 8년, 말하기가 1년이고 듣기는 0년이었다. 그에 비해 실제 삶에서 쓰이는 정도는 
듣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말하기, 읽기, 쓰기였다. 정반대다. 듣는 훈련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보여준다. 

자기 주장은 강하면서 남의 생각 무시하는 것은 완고함이다. 입만 있고 귀가 없는 거다. 귀가 없기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준다. 정계에서도 입만 있고 귀가 없는 모습들 때문에 국민들 맘이 상한다. 귀가 있으면 
존경을 받는다. 특히 신앙인에게 듣는 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하는, 꼭 갖춰야 할 자격이다. 

완고함을 좋게 여길 사람은 없지만 병이라 할 사람도 없을 거다. 하지만 실은 심각한 마음 병이다. 
주위에 해를 끼치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게다가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남까지도 병들게 한다. 
‘귀 없는’ 완고함은 성격이 아닌, 깨닫고 고쳐야 할 병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믿음이 좋다 해서 다 예수님 같지 않듯, 하나님 사랑 말한다고 남에게 상처 안 주는 게 아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서 남을 상하게 한 경험은 신앙인이라서 없는 게 아니다. 상처 주고받는 일이 
교회 안에 특히 흔한 것은, 믿음 안에서 서로 가깝게 여기면서 그만큼 말을 가볍게 해버리고 상대의 말도 
가볍게 듣게 되기 쉬운 때문이다. 직장이나 사교모임이라면 맘을 꽤나 썼을 텐데 말이다. 

성경은 서로 용납하라 가르친다. 서로 존중하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마음이 낮아야 한다. 
‘귀 있는 자’란 겸손한 자다. 마음이 높아지면 귀가 닫힌다. 그래서 남에게 자주 상처를 준다. 귀보다 입이 
앞서지 않도록, 마음이 완고하지 않도록 늘 돌아보아야 한다. 귀를 활짝 열어놓아야 사람을 바로 섬길 수 있다.
‘귀 있는 자’라야 사람을 품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하나님이 그 삶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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