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학원 선생님들의 공로

조회 수 3537 추천 수 0 2014.04.15 00:22:44


수잔 정.jpg

 

 

토요일, 교회 안의 작은 사무실에서 지역사회 봉사를 목적으로 정신과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 거의 십오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인 타운 근처에 교회가 있어서인지, 갓 이민 오신 분들이 의료보험이나 자신의 의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오셨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교회가 이곳 버뱅크시로 이사온 후부터는 토요 클리닉에 오는 환자의 분포가 재미있게 변했다.

 

부모님들이 믿는 분, 즉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존경하는 분들이 ‘정신과에 데려가 보세요’라고 충고를 하는 경우에 자녀를 데리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에 많이 들리던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이 간다.’,  ‘챙피해서 안 간다.’,  ‘행여나 나중에 취직이나, 군입대 가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 .’ 등의 잘못된 생각들은 많이 줄었다.

 

연령에 따라서 충고하는 분이나, 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령 두 살 - 네 살 사이의 유아들인 경우, 유아원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사교성이 부족하고, 대화를 피하는 경우에 ‘자폐성 경향이 있는지?’ ‘선택적 함구증’ 등을 의심해서 보내신다.

 

유치원 연령에서 시작하여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공부시간에 문제가 먼저 발견되는 주의 산만증을 학교 선생님들이 충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예상외로 미국인 교사들의 충고보다도, 한인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따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들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이시는 듯하다. 주의 산만증, 학습 장애, 반사회적 행동 등등을 진단, 치료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신 장애들이 있는 경우에, 같은 연령의 아이들을 다루는 선생님들은 제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두세 살 정도 떨어지게 행동 조절이 안되고 감정이 미숙한 아이들이 금방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뿐이랴! 본래 공부시간의 지루한 과제나 많은 사람 사이에서는 도파민 등의 화학 물질 분비가 뚝 떨어지니, 산만 증세가 심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 집에서는 엄마와 나, 일 대 일의 경우가 많고, 주위로부터 산만시킬 자극도 적으니, 부모님의 눈에는 발견이 안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소수 민족으로서 알게 모르게 차별대우를 의심하던 부모님들로서는 이런 충고를 들으면 억울함부터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국인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의 진정한 충고에는 별 저항없이 데리고 오시며, 치료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내신다.

 

청소년들 중에는 불안이나 우울증, 드물게는 양극성 질환으로 고통받다 보면,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지고, 간혹은 자살을 동경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본인의 괴로움을 말로, 또는 글로 표현하고 나면, 많은 경우에 이를 행동화려는 것이 예방된다. 그래서 전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자신이나 주위의 도움만으로는 조절이 불가능할 때에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거나 화학적 감정조절을 위해서 정신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문제는 많은 경우에 몇 가지 증세가 한꺼번에 오거나, 아니면 한 가지 병이 있다가 다른 문제들이 합병되거나, 공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환자나 부모님들을 더욱 당황스레 만든다. 좋은 예가 자폐증 환자에게 주의 산만증 증세가 동시에 오거나, 우울증 환자에게 불안 증세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행동 항진이 없는 주의 산만증의 경우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주의 산만증 가진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뛰어다니거나 집중을 못하여서 공부도 못하는 아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 초등학생때에는 A만 받던 얌전한 자녀가 갑자기 중학생이 되자, 우울증에 빠지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고, D나 F학점을 받아오는 경우에는 당황하실 수밖에 없다.

 

주의 산만증과 지능(I.Q.)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따라서 선생님과 부모님의 지도를 잘 따른 경우 비교적 산만 증세가 있었더라도 훌륭한 지능 때문에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을 조절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홀몬과 성장홀몬 때문에 오는 폭풍노도 같은 감정의 물살을 조절하기에는 도파민 생성이 부족했던 조용한 ADHD(inattentive type ADHD, 과거에는 ADD라 불렀다.) 환자들에게는 숨어있던 주의 산만증세가 더 이상 조절되지 않아서 우울이나 성적 저하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행히도 많은 학원 선생님들이 이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충고로 부모님들이 데리고 오는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어서, 우리의 클리닉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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