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성] 노아의 반격

조회 수 3235 추천 수 0 2014.03.25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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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노아 영화에 대한 얘기들로 교회들이 떠들썩해지고 있다. 노아에 관해서만큼은 한국교회 주일학교 유치부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지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만고불변의 구원사적 얘깃거리가 아닌가. 바로 그 점이 노아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신뢰와 불가침의 신학적 영역이라는 테두리 말고도 심정적으로까지 결코 범접하기 어려운 도그마적 마지노선이 있는 것이다.


과연 노아는 절대불가침의 영역에 있어야만 할 인물일까? 우리가 도대체 노아에 관해 성경이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자료들 외에 더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대부분은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과 그럴듯한 대표적인 인물들과 위인들과 모범적 인물들에 대한 동경이 투사되어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그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부활한 적도 없고 엘리야처럼 승천했다는 얘기도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자식들이 있었고 멸망하는 인류들 속에서 구원을 받은 인물일 뿐이다. 


노아라는 인물을 그렇게 타자적으로 놓고 보자. 거기에 우리 기대와 우리 신앙적 모델링이라는 기법을 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자. 그러면 그의 삶이나 그의 행적이나 기적이나 예외적 사건들이 아닌, 그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이 더욱 또렷이 보일 것이다. 


노아 영화가 나온다고 하니 거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미리 무언가 얻어보려는 마음들, 내 양떼들에게 그럴듯한 성경적 영화를 통해 못 다한 감동을 주려는 욕심, 또 내가 그 동안 좀 의기소침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뜨끈한 해장국같은 감동이나 좀 받아보려는 얄팍한 심산, 이런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성경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감동은 드라마나 케이팝이나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성경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성경이 주는만큼의 감동을 받으려고 기획하는 것 자체가 얕은 신앙의 소치이다. 실망했다고 하는 이들의 글들을 좀 보니 대부분 성경의 내용과는 다르다는 데에서 그 불만의 뿌리를 본다. 매체가 전달하는 성경의 내용이 얼마나 성경과 일치해야 만족하겠는가! 성경은 감동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일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그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 감동은 나의 것이지만 성경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말이다. 


노아 영화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의도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 영화는 영화다. 그 영화에서 무언가를 기대하지 말고 정작 보고자 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은 성경 자체에서 얻고 영화는 그저 미디어 컨텐츠로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영화가 성경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표현하지 말고 내용이 성경과는 다르더라는 객관적 평가만 해야 옳다. 기독교인들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 영화를 비판하는 이런 태도를 비신자들은 질색한다.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고 낮빛을 바꾸고 태도를 돌변하는 이런 편협함에 불신자들은 혀를 내두르는 것이다. 


영화 하나를 놓고 신앙 문제에서조차도 냄비근성을 드러내는 모자란 기독교인들이 줄어들어야 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 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보여주려고 한 것은 이미 만들어진 컨텐츠인만큼 상업주의적 발상에 의해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거대 배급사의 교묘한 획책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기독교인들의 본질이 엿보인다는 점이 이 영화가 주는 해악 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바른 기준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제대로 안다면 그 영화가 어떻든, 그 내용의 위험성이 어떻든, 얼마든지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노아 영화 자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란 것이 그리 심상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글에서 보았다. 이 영화를 보느니 다른 그럴듯한 기독교 영화를 보겠다고. 이 글을 보는 순간,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지독한 자기중심적 신앙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두려운 궁금증이 생기고 말았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바르게 살 용기가 없다면 그르게 살지 않기를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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