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성] 어게인(Again)

조회 수 3289 추천 수 0 2014.03.18 05: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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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명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에 추문으로 교회를 사임하고 새로 교회를 개척해 나간 유명한 목사의 설교였다. 그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 안에도 같은 가능성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에게서 어떤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아니 정확히 말해서 주님께서 어떤 가능성을 그에게 다시Again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설교를 들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주.

"죄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정죄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유명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에 국내 대표적 교단 출신의 목사인 그의 설교는 몇 해 전에 들어보고서 내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이 있었기에 그가 낸 책이나 설교를 딱히 사서 보고 들어보고 한 것은 아니다. 오늘 그런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맞다. 죄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이다. 강도에게 축복하신 주님이다. 간음한 여인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시며 그녀를 구원하셨다. 창녀의 기름을 받으시며 그 진정성에 대해 축복하기도 하셨다. 바리새인으로 고고한 자긍심과 죄의식에 빠져 있던 바울에게도 주님은 용서의 은혜를 베푸셨다.

하지만, 오늘 이 목사의 설교에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가 빠져 있었다. 아니, 일부러 간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또 다른 기회를 얻었던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자기 스스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자신있게 말한 사람이 없다. 이 도도한 목사는 자기가 용서받고 기회를 다시 얻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주장한다. 그리고 내가 항상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 거기 모인 교인들의 무차별적 '아멘'이다. 이 사람의 교만과 열매 없는 회개의 배경에는 그를 그렇게 만들어가는 '교인'들이 있다.


몇 번 들어보지 못한 설교였지만 오늘 그의 설교는 유난히 유창하고 신랄했으며 치밀하게 준비된 원고처럼 느껴졌다. 거기에는 여지없이 예의 그 유명한 '자기계발적' 사고가 만연해 있었고 장황한 정보와 예화들이 이끌어 낸 결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참 우울한 오후이자 주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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