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는 17세 된 고등학교 11학년생이다. 지난 2년간 그는 늘 마음이 우울했고 화가 많이 치밀었다고 했다. 7년 전에 부모님이 이혼한 뒤에 그는 아무데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외로움을 느꼈단다.

42세 된 아버지는 지금 32세의 계모와 재혼하여서 자신과 두 동생들을 키우고 있는데 많은 순간 아버지, 계모, 그리고 동생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하였다.

43세의 생모는 청소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언제라도 자신이 원하면 찾아 갈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이혼 가정에서는 18세 이하의 자녀가 엄마와 사는 경우가 많은데 왜 엄마가 양육권을 잃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달 전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후, 소년은 집에서 쉬며 회복기를 가졌는데 그때에 계모와의 언쟁이 심했다.

“글쎄 저의 뺨을 때리잖아요! 당장에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저의 여자 친구가 자꾸 말려서 참았지요.” “제 친구 중에는 이미 갱단에 가입해서 남을 죽였거나 아니면 다른 갱들의 총에 맞아 죽은 아이가 두세 명 되거든요.”

소년에게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자신의 분노를 쉽게 해결하고 본인도 자살을 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더 컸었다. 그를 억제시킨 힘은 여자친구의 간절한 소원 때문이었다고 했다. 소년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녀의 오빠나 엄마도 죽이고 싶었단다.

 “정말 어느 곳에도 제가 속할 수가 없었어요.”

그 자신이 보여왔던 분노 조졸 부족 자신의 머리로 벽을 쳐서 구멍을 만든 사건이나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뜨렸던 일들이 점점 자신을 타인들에게서 멀어지게 한 원인임을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갱단에 가입할 계획이었단다. “적어도 그러면 내가 소속된 곳이 있으니까요.”

그의 친구 중에는 이미 두 명이 갱으로 일하다가 총에 맞아 죽었단다. 그러나 명예롭게(?) 활약한 멤버는 엄지와 두 개 손가락 사이에 십자가 모양의 칼집 흉터를 만들고 자랑한단다.

“얼굴에 눈물 방울이 떨어지는 문신을 한 것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내가 고개를 젓자, 그가 대답했다. “사람을 적어도 한 명 이상 죽였다는 표시예요.” “제가 들어가려던 옥스나드 갱단 표시는 손가락 사이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죠.”

그가 갱단에 입단하여 남을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살해되는 것은 어떠면 그가 2년간이나 참아왔던 자살의 욕망을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었으리라.

그러나 여자 친구의 간청으로 계모와 함께 찾아온 정신과에서 그는 자신이 두뇌의 화학물질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성 질환(Bipolar Disorder)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해 주었다. “당뇨병이 췌장의 화학물질인 인슐린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 것처럼, 양극성 질환은 두뇌라는 기관의 뇌전파 물질 불균형으로 온단다. 그러니 누구의 잘못 때문도 아니고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야.”

소년은 용기 백배하여 정서 안정제 약물 처방을 받고서 빠짐없이 자신의 상담을 해주는 릴리를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후에 만난 소년은 미소를 짓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학교에 다시 돌아가서 공부도 잘하고 있어요.” “그 동안에 갱이 된 제 친구가 한 명 또 죽었어요. 어느 여자 아이가 문을 두드려서 제 친구가 열어주었더니 뒤에서 기다리던 어른이 총을 쏘았대요. 마침 그 여학생은 경찰에 체포되었으니 누구인지 알아내겠지요.”

현재 미국의 소년원에 갇혀있는 청소년 중의 약 3분의 1이 소년과 같은 양극성 질환들임을 나는 상기시켰다. 대개는 진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울 및 자살 의욕, 이유 없는 분노 사이를 제멋대로 오르내리는 정서변화(mood swing), 까닭없이 심한 초조감, 다른 사람에 대한 과민한 감정의 손상… 등이 언제라도 오는 병이므로, 만일 증세가 나오면 반드시 치료사나 나에게 연락을 할 것을 약속하며 소년은 사무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