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기분과 우울병의 차이

조회 수 3897 추천 수 0 2014.05.13 11:12:00

수잔 정.jpg



의과 대학 시절에 나나 다른 많은 학생들은 의대생 증상군으로 고생했다. 


Medical Student Syndrome 이란, 각종 질병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마치 우리들 자신이 그 병에 걸린듯해서 온갖 병치레를 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 중에도 아침 8시에 출석해 들어야 하는 정신과 질병의 얄궂은 증세들은 우리를 가끔씩 무섭게 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우리 자신들의 정신과 진단명을 첨가시키곤 하였다. 은근히 겁을 내기도 했다.


졸업 후 42년 중 인턴과 내과  수련기를 제외한 39년간을 정신과 의사로 일해오며 이와 비슷한 공포 때문에 정신과에 오기를 꺼리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을 대하게 되었다. 특히 자신의 자아 또는 정체 의식(Identity)이 흔들리기 쉬운 청소년들은 정신과 의사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딱지(lavel)가 붙었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감정(Emotion)이란 본래가 합리성이나 이성과는 관계가 없는 동물적인 것이니 이런 불안감을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본래 불안 증세(Anxiety) 자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세상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혹은 세상에 끝장이 오는 듯한 걱정 상태이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이러한 불안감이 심해져서 갑자기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지고 혼자 있기가 힘들고 좌불안석 상태가 되면 일반 불안증 장애(General Anxiety Disorder)라 부르고 이런 현상이 극도로 심해져서 금방 심장병으로 죽을 것 같은 상태를 공황 장애(Panic Disorder)라고 한다.


간혹 젊은 청소년 중에는 내가 행여나 동성 연애자는 아닌가? 라는 걷잡지 못할 공포 때문에 공황상태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들 중 집 밖에 나가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경우에 광장 공포증과 동시에 오는 공황 장애(Panic Disorder with Agoraphobia)이고 집 안이나 밖과 상관없는 경우는 광장 공포증이 동반되지  않은 공황장애에 속한다.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이란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제압하려 어떤 생각을 끊임없이 하거나 어떤 행동을 반복해야 되고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안이 극심해지는 경우이다. 많은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끊임없이 손씻기, 철저하게 주위 정돈을 하고 완벽한 청결을 고집하기, 모든 것이 대칭되도록 오른쪽을 만졌으면 왼쪽도 만져야 하고 반복해서 대문이나 유리창 잠금을 재확인하고 만약 본인이 정해놓은 숫자만큼 하지 못하면 잠을 못 자는 등…


대부분이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현상을 때에 따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시험 도중이나 무직 상태, 그리고 몸이 아프거나 우울한 경우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러다가 강박증세가 너무 심해져서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손 씻는 데 쓴다거나, 이 때문에 자신의 직업적, 사회적인 기능에 손상이나 문제가 생기면 질병으로 간주되어 치료를 요하게 된다. 그러니까 증상의 강도에 의해서 병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고 그 정도는  수시로 변할 수가 있다.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이라 불리우는 우울병도 증세의 정도, 증세가 계속된 기간, 그리고 일상 생활 능력의 저하 유무가 병의 위험도를 결정한다. 가령 어느 비 오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한 기분(mood 또는 feeling)이 들어서 직장이나 학교를 쉬었다고 하자. 2~3일 쉬고 나니 기분이 호전되고 체력도 회복해서 다시 직장이나 학교로 갔다면 이것은 우울병이 아니다. 감기 기운이 있었거나 여자라면 월경 전후의 여성 홀몬 변화에 의한 일시적  심리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우울한 기간이 2주 이상 가고 직장이나 학교를 못 가거나 가더라도 성적이 형편 없고 잠을 못 자거나 자살 욕구 등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주요 우울병이라는 병에 걸려있으니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즉 정도의 차이를 구분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려면 전문적으로 학문과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의뢰해야 한다.


정신 분열증이나 심한 조울증, 마약 과다 복용 시에 나타나는 정신증(Psychosis) 증세는 워낙 비정상 현상이라 누구에게나 구분이 쉽다. TV에서 내 얘기를 한다거나 환청이 들리고 환각 증세로 이상한 형체들이 나타나며, 기괴한 행동과 언어를 쓰는 경우 이들은 이미 자신의 생각과 바깥 세상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런 사람은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고 대개 응급조치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신증(Psychotic 또는 Crazy State)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것은 아주 위험한 사고이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인지 죽음으로 갈 수도 있는 심한 우울병이나 불안병인지는 전문가의 감별이 필요하다.


힘든 이민 생활 중 특히 청소년들, 중년이나 노년의 남성들이 자살로 귀한 생명을 잃고 있다. 주위에서 관심을 갖고 조기에 치료받게 돕자. 같이 이민해 온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196 [송택규] 행복과 성공 file 2014-06-18
195 [수잔정] 제 딸들이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file 2014-06-16
194 [석정희] 문 앞에서 file 2014-06-09
193 [장 열] 한국 목회자들의 '미국 나들이' file 2014-06-09
192 [사무엘송] 소망- A. 말씀을 붙들고 인내할 때, 소망이 생긴다. 2014-06-06
191 [수잔정] 갱이 되고 싶었던 어느 소년의 이야기 2014-06-05
190 [신승호] 좋은 뜻의 엄살 file 2014-06-05
189 [정기환] 막달라 마리아와 주님의 부활 file 2014-06-05
188 [석정희] 길 file 2014-06-05
187 [브레드리] 모든 차량의 사고 (Automobile Accidents) file 2014-06-05
186 [장 열] 세월호 선장과 '스타목사'의 닮은꼴 file 2014-06-05
185 [배효식] '나는 한 천사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네' By William Brake file 2014-06-05
184 [유영성] 정의의 국면 2014-05-21
183 [사무엘송] 소망 - 2. 어떻게 소망해야 하는가? 2014-05-13
» [수잔정] 기분과 우울병의 차이 2014-05-13
181 [사무엘송] 소망 - C. 재창조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4-05-02
180 [유영성] 마음이 떠난다는 말 2014-04-28
179 [송택규] 타락한 인간의 속성 2014-04-28
178 [수잔정] 아이들에게는 삶 전부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2014-04-25
177 [사무엘송] 소망 - B. 인간은 죄인이기 때문이다. 2014-04-18